지금 시점을 책의 역사에서 과연 전자책 혁명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까? 과연 부를 수 있을까? 나는 책의 역사가 어떤 운명적 전환점에 와 있다고 느낀다. 하지만 당장 눈앞은 흐릿해졌는데 멀리 정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. 매일 각종 자료를 읽고 온갖 기기들을 섭렵해 가면서 앞날을 궁구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지만, 시도 자체가 보상일 뿐 미래는 속 시원히 보이지 않는다.책이 디지털 상품으로 바뀌면 지금까지 책을 둘러싸고 있던 프로토콜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. 책을 둘러싼 여러 가지 모험이 나타나면서 수많은 다양성이 갑자기 출판 안에서 개화할 것이다. 이 돌연변이 꽃들을 즐길 수 없는 이들은 요란스레 외쳐 댈 것이다. “이것은 책이 아니다.” 그러나 임계에 가까워지고 나면, 탐험가들은 관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