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릴적, 할머니를 따라 할머니 친구분 댁을 방문해 그 집 손녀와 함께 놀곤 했었다. 그 손녀는 나보다 몇 살이나 더 먹은 큰 언니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함께 '논'것이라기 보다는 '놀아준' 것이었다. 여튼, 그 집에서 가지고 논 장난감 중에 부러운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바비인형과 그 옷장이었다. 네모난 상자 위에 들고다닐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려있는데 뚜껑을 열면 옷걸이에 선반, 서랍이 달린 장롱으로 변신하는 것이었다. 거기에 차곡차곡 정리된 드레스며 옷들은 내 눈을 휘둥그렇게 했다. 팔다리가 길게 뻗은 그 언니 인형에 비하면, 집에 있는 내 인형은 포동포동 살찐 애기들이었다. 나이 차이가 많이 난 까닭에 '큰 언니가 되면 이런 인형을 가지고 노는 건가보다...' 생각했으니 망정이지, 동갑이거..